화장품 냉장고 리폼했어요. 보시다시피 원래는 하얀 쇳덩어리였어요... 화장품 냉장고 중에선 그나마 덜 못생긴 거로 골랐지만, 너무 가.전.제.품!!! 느낌이라 주변이랑 안 어울려서... 쇳덩어리도 쇳덩어린데, 기존에 쓰던 화장대가 콘솔 타입이라 수납도 너무 작고... 십몇년 전에 산 거라 디자인도 올드하고... 드라이어 전선줄 같은 것도 하나도 안 가려져서... 저기만 보면 방이 미워 보여서 싹 갈아엎어봤어요. 씨디장 + 앤틱 거울 + 앤틱 콘솔 + 화장품 냉장고 조합이었는데, 씨디장이랑 냉장고만 남기기로 했고요. 요즘 유행하는 무늬유리 선반장이 너무 예뻐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콘솔 대신 그거 들이고, 원래 있던 씨디장에 무늬유리 시트지를 붙여서 세트 느낌을 내보기로 했어요. 근데 냉장고가... 뭔 짓을 해도 저 냉장고 때문에 망할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들더라고요? 냉장고를 빼는 게 제일 간단했겠지만, 얼굴에 열이 많아서 기초 차갑게 쓰는 걸 도저히 포기 못하겠는 거예요... 씨디장 리폼하면서 무늬유리 시트지 붙여서 간을 봤는데, 배경이 하얀 상태로 투명 시트지 붙여봤자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ㅎㅎ (사진이 투명 시트지 붙여놓은 상태) 그래서 이제 유튜브에 냉장고 리폼 검색하다가... 아프로시트 유튜브를 알고... 한 열흘 정도 아프로시트 동영상을 매일매일 본 거 같아요. 어떻게든 되겠다고 결심이 선 다음에는 시트지 고민... 웬갖 블로그 다 찾아보고, 현대 보닥 영어 사이트까지 들어가서 봤는데도 감이 안 오길래, 겨우 시트지 한 마 살 거면서 샘플도 신청했어요 ㅠㅠ (샘플 받은 게 감사해서 이 긴 후기를 쓰고 있는...) 최대한 씨디장이랑 비슷한 색감으로 골라봤어요. 작업은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어요 ㅠㅠ 냉장고 윗면이랑 옆면은 완전 껌이었는데 (기포 진짜 잘 빠져요) 보시다시피 도어가 액자처럼 4면 테두리가 있고, 가운데 부분은 안으로 약간 들어간 구조거든요... 상판에도 파츠가 약간 나뉘어 있고... 저 좁은 부분들은 처음부터 시트지를 직선으로 잘라놓은 다음 한 면에 맞춰서 붙이고, 반대면은 칼로 자르는 방식으로 작업했어요. 넉넉하게 붙여서 양면을 다 잘라내는 방식으로 하려니까 시트지가 단차를 다 덮어버려서... 헤라로 많이 문질러도 칼 댈 부분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아서 감으로 자르다 망했거든요. 도어 테두리 두르다가 한 10번은 다시 붙인 거 같아요. 틈새가 조금이라도 벌어지면 하얀색이 비쳐서 ㅠㅠ 심지어 굴곡도 있어서... 드라이어 쓴다고 써봤는데 약간 망했어요... 그래도 가까이에서 보지 않으면 티 안 나요. 냉장고 뒤쪽으로 양옆+윗면 해서 3면 배기구가 있는데 거기는 그냥 포기했어요. 구멍이 곡선이라 맞춰 잘라낼 자신도 없고, 막으면 냉장고 고장날 것 같아서요... 다행히 주변 가구로 어찌저찌 잘 가려서 여기도 바짝 붙어서 보지 않으면 몰라요 ㅎㅎ 그리고 도어 가운데 부분은 진회색 유광 시트지로 밑작업 한 거예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흰 배경에 유리 시트지만 붙이니까 아무 소용이 없길래... 다행히 유광 시트지 위에 유리 시트지가 붙더라고요. 기포 약간 있긴한데 정면에서 보면 티 안 나고요. 아프로시트에서 파는 솔라필름으로 어떻게 안 되려나 했는데, 걔는 막힌 곳에 붙이니까 많이 투명해서... 고생 진짜 많이 했지만 해놓고 나니까 너무 뿌듯해요. 방에서 제일 미웠던 공간이 제일 예쁜 공간으로 바뀌었어요. 본 사람들마다 냉장고 리폼이 신의 한 수라고 ㅠㅠ 동생이 언니 저거 뭐야? 화장품 냉장고 어디 갔어? 그러더라고요 ㅋㅋㅋ 어디에도 없는 미드센츄리 감성 화장품 냉장고가 생겨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아프로시트 유튜브가 없었으면 절대 성공 못 했을 거예요 ㅠㅠ 아예 시도도 못 해봤을 것 같구요... 문외한이 동영상만 보고 용기낼 수 있게 도와주신 아프로시트 직원 여러분 감사합니다.